나는 축구를 좋아했다. 어느 날 한 스포츠매장에 축구화를 구경하러간 나와 친구들이 보게 된 ‘제1회 ****컵 풋살대회’는 나와 내 친구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우리는 당장 참가신청을 위한 준비를 해 나갔다. 일인당 1만원의 회비를 내고 등록을 마무리 하였다. 그리고 집에는 나중에 허락을 받았던가? 아무튼 그랬던 것 같다. 입시를 앞둔 중학교3학년으로 한창 공부해야 할 때였지만, 평생 없는 기회라는 생각에 부모님의 허락을 받아서 대회에 참가하고 싶었던 것 같다. 대구까지 어린 아들을 그것도 친구들과 함께 가라고 하시기가 어려웠던 것인지, 입시를 앞둔 아들이 걱정이 된 탓인지 아버지께서 반대하셨다. 아! 차라리 어머니께서 반대를 하시면 어떻게 해 보겠건만, 아버지께서 반대하시니 다 틀린 것 같았다. 그렇지만 너무 가고 싶었던 탓일까? 아버지와 의견의 충돌이 있은 후에 답답했던지, 억울했던지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 아버지도 적잖이 당황하셨던 것 같다. 결국 아버지의 허락을 받아 내고 보란 듯이 지역예선에서 우승하여 본선에 진출했다. 서울 본선에서는 참담하게 패배했지만, 어쨌든 좋은 추억이었다.
군대에 갔다. 지금이나 그때나 마찬가지지만 병역비리는 늘 뉴스거리가 된다. 여차하면 병력을 핑계로 빠질 수 있는 군대였지만, 왠지 가야지 내 평생이 편안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슨 일을 하면서 살게 되더라도 말이다. 그렇게 입대한 육군은 6시에 기상 10시에 취침이다. 자는 도중에 1시간 근무를 서야 한다. 가끔은 쉬는 날도 있다. 사실 군대생활이 육체적으로 힘든 것은 아니다. 20대 초반의 나이에 아주 건강하기 때문이다. 다만 하기 싫은 일을 해야 할 때가 자주 있다는 것뿐이다.
복학을 하고서 수업을 듣는 중에 교수님이 해 주신 말씀이 있다. 어른이 된다는 건, 하기 싫은 일을 해야 하는 것과 동시에 하고 싶은 일이지만 참는 것이라는 것이다. 어릴 때는 어른이 되면 뭐든지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다시 그 말을 생각하면 할수록 어른이 되면 할 수 있는 일이 적어지고 일의 결정에서 내가 원하는 결정을 할 수 있는 폭이 좁아지는 것을 느낀다. 아직 학교를 다니기 때문에 직장인의 ‘Nine to Five’를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결혼을 하지 않아서 부모님의 마음을 다 알지는 못하지만, 하나하나 핑계 댈 수 없는 일들이 늘어나고 하기 싫으나 해야 할 일을 기한에 맞추어 마무리 할 때, 그리고 피하고 싶은 일들인데 갈등을 유발하며 풀어나가야 할 때는, 친구의 표현을 빌리자면 마음을 갈아내야 한다.
어린아이의 세상은 자기중심적으로 돌아간다. 아이는 아빠랑 슈퍼에 가서 계산도 하지 않고 과자를 집어 들고서 가게 문을 나선다. 아버지는 난처해하며 점원에게 값을 지불한다. 만약에 대학생이 아버지와 함께 자동차 판매점에 가서 그대로 차를 몰고 나왔다면 어땠을까? 상상도 못할 일이다. 어엿한 청년이 된 자녀가 그런다고 차를 사줄 부모도 없을뿐더러 그렇게 행동하는 대학생도 없기 때문이다. 어린아이는 세상의 중심이 자신이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어른은 자신의 만족뿐 아니라 타인의 입장도 고려해야 한다. 때문에 어른이 된다는 건 모두를 만족 시킬 수는 없다는 것을 깨달아 가는 과정인 것 같다. 그리고 그렇게 못하는 것을 때로는 혼자서 지고 가야만 하는 것 같다. 내 마음 편하자고 상대방에게 사실대로 다 털어놓을 수는 없으니까 말이다.
내가 사는 이 나라에는 아이들 밖에 없다고 느껴질 때가 많다. 이건 결코 예수님이 말씀하신 어린아이와 같은 그 무엇이 아니라 자기중심적인 세계관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것 같다. 자신만의 울타리를 치고 그 속에서 살아가고 자아도취가 되어가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능력을 인정받고 치적을 남기고 ‘이 일은 내가 했네.’ 라고 써 놓고 싶은 그런 마음들이 어른의 몸을 입고 있는 아이의 마음인 것 같다. 나이에 맞게 어른이 되어야겠다. 힘겹지만 내 마음 편하자고, 내 마음 갈리지 않으려고 남에게 그 짐을 넘기지도 말아야겠다. 언제부턴가 어른이 된다는 건 참 쉽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일을 하지 않더라도 세상에서 큰일을 이루지 못하더라도 내가 머무는 곳에서 그날에 주신 일들을 잘 감당하는 것이 그리고 마음 어려워도 그날의 근심과 걱정을 한날에 털어버리고 내일을 맞이할 수 있는 것이 어른이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