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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택=실수요자, 다주택=투기꾼' 프레임은 허구입니다

작성자 : 희년함께 (221.155.44.***)

조회 : 1,051 / 등록일 : 20-07-17 22:52

 

 

 

'1주택=실수요자, 다주택=투기꾼' 프레임은 허구입니다

[문재인 대통령께 드리는 편지] 부동산 정책 철학과 기조를 바꾸십시오

 

 

 

문재인 대통령님께.

 

코로나19 사태로 잠시 진정되는 듯했던 부동산 시장이 다시 폭발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여느 때보다 신속하고 강력한 정책이라 자평했던 6·17 부동산 대책은 약효가 먹혀들지 않고 있습니다. 서울 인근 수도권 도시를 조정대상 지역으로 묶으니 이를 피한 김포·파주가 들썩이고, 잠실·대치·삼성·청담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면 바로 옆 방이동·도곡동 아파트값이 오릅니다. 전형적인 풍선효과입니다.

 

풍선효과가 일어나는 이유는 시장참여자들이 정부를 거짓말쟁이 양치기 소년 취급하기 때문입니다. 부동산 가격을 잡겠다고 21번째 대책까지 내놓으면서 시장참여자들은 정부를 우습게 여기고 있습니다. 정말 집값을 잡을 의지가 있는지, 잡을 의지는 있다 하더라도 잡을 능력은 있는지에 대해 의심 어린 눈길을 보내고 있습니다. 정부의 영이 서지 않는 상황입니다.

 

대한민국의 모든 적폐가 종식되길 바라는 촛불시민들의 염원을 모아 세운 정부이기에 대한민국의 오랜 적폐인 부동산 불패 신화를 끝낼 수 있으리라 기대했지만, 촛불을 들었던 시민들은 이제 절망을 넘어 배신감을 느낄 정도입니다.

 

대통령께서는 토지공개념을 개헌안에 넣고,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서 결코 지지 않겠다고 선언하셨지만, 번번이 부동산 투기 세력과의 전장에서 승기를 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원인에 대한 여러 분석들이 난무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부동산 정책에 대한 철학과 기조가 잘못되었기 때문입니다.

 

투기꾼들에게 끌려다니는 이유는 이렇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투기 세력은 철저히 차단하고 1주택 실수요자들은 과세 부담이 없도록 하겠다는 기조를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프레임 자체가 틀렸습니다. 부동산 투기꾼과 실수요자를 구분해서 부동산 투기꾼만 선별해 내겠다는 것은 의도는 좋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이런 방식으로는 부동산 투기꾼들에게 끌려다닐 뿐입니다.

 

정부가 다주택자들은 부동산 투기꾼, 1주택자는 실수요자로 프레임을 세우는 순간, 부동산 투기꾼들은 1주택자로 변장합니다. 1주택자로 변장하는 방법은 무궁무진합니다. 지난해 12·16 대책에서 다주택자 종부세 중과 방안을 제시하니 부동산 투기꾼들은 법인을 활용하여 1주택 실수요자로 둔갑해서 전국의 부동산을 들쑤셔 가격을 올려 놓았습니다.

 

정부는 뒤늦게 법인을 통한 부동산 투기 문제를 인식하고 이번 6·17대책에서 법인 소유 주택에 종부세 6억 원 공제를 폐지하고 3~4%의 종부세를 매기겠다고 엄포를 놓았습니다. 하지만 법인을 활용해 1주택자로 변신하는 구멍을 막는다고 지난 3년간 번번이 정책의 틈을 찾아낸 경험이 있는 그들이 부동산 투기를 멈출까요?

 

부동산 재테크에 별다른 관심이 없는 저도 조금만 검색해보니 법인 활용 방식 외에도 부동산 관리신탁을 활용하는 방법까지 찾을 수 있었습니다. 정 어렵다 싶으면 직계존비속을 세대 분리시키고, 일가친척까지 활용해 1주택자로 둔갑할 것입니다. 이도 저도 어려우면 주택 부문은 포기하고 상가 및 오피스 건물로 갈아타는 것도 방법입니다. 정책의 틈을 파고들어 부동산 투기를 할 수 있는 법을 친절하게 알려주는 부동산 카페나 유튜브 방송이 즐비합니다.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다주택자가 1주택자로 변장하면, 뒤늦게 변장술을 확인하고 '이런 변장은 금지'라고 하는 모양새입니다. 부동산 불로소득을 좇는 시장참여자들의 꽁무니만 쫓아다니는 상황입니다. 이전에는 다주택자들이 겁이라도 먹고 주춤거렸지만, 이제는 무슨 말을 하든 겁도 내지 않고 즉각 다른 틈을 찾아 부동산 투기에 골몰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투기 세력과 실수요자를 나누어 부동산 투기를 막겠다는 기조를 포기해야 합니다. 다주택자는 투기 세력, 1주택자는 실수요자라는 프레임을 기초로 만들어지는 부동산정책은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시장과의 싸움에서 백전백패입니다.

 

백전백패를 벗어나는 길, 프레임 전환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사회 전체가 노력하여 만든 토지 가치를 개인이 가져가는 '지대 추구'를 원천적으로 막겠다는 철학이 필요합니다. 부동산 시장을 건강하게 성장시키면서 부동산 투기를 근절할 수 있는 바른 철학은 '지대 추구 근절', '토지 불로소득 환수' 외에는 없습니다.

 

'지대추구 근절', '토지 불로소득 환수' 기조와 프레임에서는 정책이 복잡할 것이 없습니다. 1주택 실수요자든, 다주택 부동산 투기꾼이든, 좋은 위치에 있는 땅을 쓰고 싶거든 마음껏 사용하면 됩니다. 한 채든, 열 채든, 마음껏 사용하면 됩니다. 다만 사회 전체가 함께 만들어낸 높은 토지 가치에 대한 비용을 내고 쓰라는 것입니다.

 

만약 정부가 현재 0.16%인 보유세 실효세율을 10년 내에 미국 수준인 1%까지 올린다고 보유세 강화 장기 목표를 선언하고, 민주당이 차기 정권 창출 가능성이 높다고 시장참여자들이 믿는다면, 부동산 투기 심리는 즉각 꺾일 겁니다. 똥이 사라지면 똥파리들이 사라지는 것처럼 토지보유세로 부동산 불로소득을 환수하면 불로소득을 노리던 부동산 투기꾼들은 자연히 사라지게 될 겁니다.

 

고가 주택 및 투기 지역 중심의 핀셋 정책이 아니라, 지역과 가격 불문하고 토지보유세를 일괄적으로 강화한다면 정책의 빈틈을 찾아 지역과 가격대를 옮겨 다니며 부동산 투기를 하는 이들은 즉시 사라질 수 있습니다.

 

토지보유세를 높이면 조세 저항과 경기 침체로 인해 차기 정권 창출이 어렵다는 걱정은 기우일 뿐입니다. 세수로 걷힌 토지보유세를 기본소득과 결합하면 조세 저항이 아니라 무주택자들과 1주택자들, 국민 대다수의 지지를 얻을 수 있습니다.

 

지난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이재명 후보의 공약이었던 국토보유세-기본소득 모델은 전 국민의 94%가 국토보유세로 내는 금액보다 기본소득으로 받는 금액이 크게 설계되었습니다. 아울러 기본소득은 이번 재난지원금 지출에서 보았듯이 경기활성화 효과도 덤으로 얻을 수 있습니다.

  

대통령의 비상한 결단이 필요합니다 

  

부동산 투기도 근절하고, 조세 저항을 없애고, 경기 활성화까지 모색할 수 있는 토지보유세 강화와 기본소득 결합이라는 최적의 조합을 관료들이 대통령께 제안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관료적 타성이 문재인 정부를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관료들은 웬만한 압박이 없이는 새로운 정책을 시도하지 않습니다. 정책이 성공해도 정책 성공의 후광은 청와대가 다 가져가고, 정책이 실패할 경우 책임을 다 뒤집어써야 하는데, 관료 집단이 새롭고 대담한 정책을 펼칠 이유가 없습니다. 늘 기존의 방식대로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하는 것이 관료 집단의 본성입니다. 정책결정자인 대통령께서 부동산 정책에 대해 분명한 철학을 가지고 지시하지 않으면 결국 관료적 타성이 부동산 정책을 좌지우지하기 마련입니다.

 

참여정부에서 종합부동산세가 도입되는 과정을 복기해 보더라도 기재부 관료들은 적극적으로 종부세를 반대하고, 고 노무현 대통령께서 분명한 의지를 가지고 종부세 도입을 관철해 내셨습니다.

 

대통령의 비상한 결단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지대추구 근절'이라는 분명한 정책 철학과 기조를 세우셔서 토지보유세 강화와 기본소득 패키지를 도입해 주시길 요청드립니다.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천민자본주의를 강화하는 대표적 적폐인 부동산 불패 신화를 촛불시민들이 탄생시킨 문재인 정부에서 반드시 끝내주기길 간곡히 요청드립니다.

 

 

<오마이뉴스 2020년 7월 6일> '1주택=실수요자, 다주택=투기꾼' 프레임은 허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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