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역편지

사역편지
이전 목록 다음

[2020년 2월 사역편지] 부동산 광풍에 무릎꿇지 않은 7천명의 의인들과 함께

작성자 : 관리자 (211.227.108.***)

조회 : 1,924 / 등록일 : 20-02-06 20:47


 

 

부동산 광풍에 무릎꿇지 않은 7천명의 의인들과 함께

 

 

 

이성영 / 희년함께 학술기획팀장

 

2017년 문재인정부가 들어선 후 2년 반동안 서울 아파트 가격은 평균 40%, 2억 4천만 원이 상승했습니다. 부동산 투기 심리가 과열될 때마다 정부는 강도 높은 부동산 규제 대책을 내놓았고 집값은 잠시 소강상태를 보이다가 다시 급등하기를 반복했습니다. 더 이상 집 사기를 늦췄다가는 평생 집장만 못할 수 있겠다는 사람들의 공포심리가 다소 무리한 대출을 해서라도 아파트 한 채를 장만해야겠다는 아파트 구매열풍으로 이어졌습니다. 2019년 서울 아파트를 가장 많이 산 세대가 30대라는 사실은 젊은 세대들의 집값폭등에 대한 공포심리를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대한민국 한편에서는 집값 폭등을 환호하는 이들이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내 집값이 떨어질까 공포에 사로잡힌 이들이 있습니다. 지난 12월 탈북청소년 90여 명이 다니는 대안학교가 은평구로 이전하려 했지만 은평구 지역주민들의 반발로 인해 이전이 무산되었습니다. 같은 시기 지난 12월 서대문구 연희동에서는 청년들을 위한 공공임대주택을 짓는다는 소식을 들은 연희동 주민들이 공공임대주택 건설을 반대해 건설공사 삽도 뜨지 못하고 있습니다. 2017년 9월 강서구에서는 장애학생들을 위한 학교가 들어오는 것을 반대하는 주민들에게 장애아동을 둔 부모가 무릎을 꿇고 비는 일까지 벌어졌습니다. 열악한 주거환경과 높은 주거비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학생들을 위해 대학교에서 기숙사를 증축하려고 하면 서울, 인천, 부산, 울산, 경북 등 지역을 불문하고 대학가 근처 건물주들은 기숙사 건설 반대 시위를 펼칩니다. 이 모든 반대에는 내 집값이 떨어질 것이라는 공포심리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차려진 부동산 불로소득의 만찬에 북한 이탈주민, 장애인, 청년 등 사회적 약자들은 참여할 수 없고 오히려 만찬에 훼방을 놓는 존재로 건물주 근처에는 얼씬도 할 수 없습니다. 21세기 부자와 나사로를 보는 듯합니다. 아니, 복음서 속 부자는 적어도 집 앞에 있는 나사로를 멀리 쫓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21세기 부자들은 나사로가 내 집 앞에 있어서도 안됩니다. 나사로 때문에 내 집값이 떨어질 수 있으니까요.

 

ff2415fad35fd69187fa0ff64bb1f3bc_1580989 

오늘 대한민국의 부동산 풍경을 만든 가장 큰 책임은 정부에게 있습니다. 투기심리를 잠재우는 근본적인 처방은 토지불로소득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보유세 제도를 강화해야 하는데 기득권의 저항 및 정책담당자들의 이해관계 등 다양한 원인들로 제대로 된 보유세 강화 정책이 나오지 못한 결과, 사람들을 비이성적 흥분 상태로 만들었고 집값이 모든 가치를 잠식하게 만들고 말았습니다.

 

오늘 부동산을 둘러싼 21세기 ‘부자와 나사로’ 사건에 대해 한국교회의 책임은 없을까요? 복음서의 ‘부자와 나사로’ 사건보다 더 강한 ‘부동산 부자와 나사로’ 사건이 한국사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음에도 오늘 우리 한국교회에서는 이사야 예언자처럼 땅과 집을 독점하려는 이들에게 저주를 퍼붓는 예언자적 메시지도, 사회적 약자들을 내모는 님비현상에 맞서 우리 지역에 청년, 장애인, 북한이탈주민들이 함께 사는 것을 환영한다는 성명서 한 장도 보이지 않습니다.

 

'내 집값'이 대한민국의 블랙홀이 되어 모든 가치와 판단 기준을 빨아들이고 있는 현실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잠정적 동조자 또는 침묵하는 방관자로 머물다가는 심판의 날 왕을 만날 때 왕께서 지극히 작은 자의 고통에 반응하지 않은 죄로 어떤 형벌을 내리실지 모릅니다.

 

늦기 전에 부동산 불로소득의 만찬을 거부하고 땅과 집을 ‘투기상품’이 아닌 ‘삶의 터전’으로 되돌려 놓기 위한 전방위적인 시도에 교회가 앞장서야 합니다. 다주택자가 많은 부자동네 대형교회가 앞장서서 ‘토지불로소득을 환수하는 종합부동산세를 강화하자’는 성명서가 나오고, 은평구, 강서구, 연희동처럼 사회적 약자들과 공존하지 않으려는 지역 이기주의가 일어나는 곳에서 해당 지역 노회나 시찰에서 ‘우리는 탈북청소년 대안학교, 장애인 학교, 청년을 위한 공공임대주택 건설을 환영한다’는 현수막이 붙는 날이 오길 기원합니다. 더 나아가 땅과 집을 ‘사는 것’이 아닌 ‘사는 곳’으로 만들어 가려는 대안적 시도인 주택협동조합, 공동체토지신탁 운동이 교회 곳곳에서 일어나는 날을 꿈꿉니다. 희년함께는 부동산 광풍에 무릎꿇지 않은 7천명의 의인들과 함께 꿈을 현실로 만들어 가려 합니다.  


2020 희년포럼 - ‘사는 것’이 아닌 ‘함께 사는 곳’을 위한 협동조합주택 만들기
"주택, 뭉치면 산다!"

http://landliberty.org/module/board/board.php?bo_table=notice&wr_id=56

 

 

● 사역편지 내용은 NCCK 사건과 신학에 실린 ‘대한민국 부동산 풍경에 대한 교회의 역할과 책임’을 수정·요약하였습니다.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목록

이메일주소 무단수집 거부

본 웹사이트에 게시된 이메일 주소가 전자우편 수집 프로그램이나 그 밖의 기술적 장치를 이용하여 무단으로 수집되는 것을 거부하며 이를 위반시 정보 통신망법에 의해 형사처벌 됨을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SITE MAP

팀뷰어 설치파일 다운받기